몇 일전에 친한 분께서 술을 잘 못 마신다고 선물 받은 와인을 4병 건네 주셨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받았으나 내심 잘 보관을 하셨을라나 싶었죠. 대부분 와인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술은 부패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시고 장식장에 두고 보관하시는 경우가 많으시 거든요. 드라마에도 보면 와인 장식장에 그냥 보관하는 장면도 눈에 많이 띕니다. 멋있죠. 그러나 대부분의 와인이 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와인을 오래 몇 년 보관하시려면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은 그렇게 오래 보관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레드 와인들은 더 숙성돼서 맛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빈티지가 좋았던 와인들은 오히려 그냥 따시면 이게 뭔 맛이냐 하고 오히려 와인에 대해서 상실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디켄팅(디켄터에 옮겨서 자연 숙성 시킴)이나 몇 시간 브리딩(마개를 열어두는 것)을 해야 향이 올라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급 와인일수록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4병의 와인들 중 한 병만 건졌습니다. 칠레산 카베르네 쇼비뇽 100%의 시장가 4~5만원대 와인인데 이름이 ‘오드펠, 아르마도르(ARMADOR)’입니다. 진짜 숙성이 잘돼서 끝머리쯤 간 와인이 되었습니다. 평점을 보니 나름 대단합니다. WS, RP 모두 90점입니다. 역시 좋은 와인은 오래 견딥니다. (2014년) 칠레산은 품질이 균일해서 다른 빈티지도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가격의 프랑스산과 좀 평점이 떨어지는 칠레산 와인은 코르크가 부셔지면서 딸 수도 없고 코르크를 밀어 떨어뜨려서 마셔보니 역시 먹기 힘든 와인이 되어버렸습니다. 아깝네요. 다른 용도로 써야겠어요. 번뜩! 다른 게시글에 ‘와인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란 주제를 다뤄도 좋겠네요.
그래서 이번엔 “와인의 보존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코르크 상태”란 주제를 다뤄봅니다. 와인의 마개로 사용하는 코르크는 스페인산, 포르투갈 그리고 이탈리아 등지에서 나는 코르크참나무 껍질로 만듭니다. 코르크가 보급되기 전에는 병 주둥이에 나무조각을 끼우고 올리브 기름을 두른 헝겊으로 싸고 실로 묶었다고 합니다. 쉽게 산화 되었겠죠? 마개로 코르크를 사용하는 이유는 탄력성과 복원력이 좋기 때문이며 밀폐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르크가 상하게 되면 공기가 와인에 침입해서 산화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세워서 보관하면 코르크가 건조해지면서 빈 틈이 생기고 공기가 들어가는 것이고요. 또는 너무 더운데 보관해도 와인이 익으면서 바로 상하겠죠?
몇 가지로 코르크에 대해서 정리해 봅니다.
1. 코르크의 곰팡이: 충분한 습도가 있는 곳에서 보관이 되었다는 증거이므로 안심해도 좋겠습니다.
2. 코르크 밑면의 결정체: 주석이 붙어 있는 경우인데요. 저는 한 번도 보지 못 했습니다만 품질이 좋은 경우에 그렇게 되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 문제 없다는 거네요.
3. 코르크가 튀어나와 포일이 변형된 경우: 높은 온도에서 보관했다는 건데요. 끓어서 밀친 경우 같습니다. 완전 상했겠죠?
4. 뽑을 때 코르크가 헐렁하다거나 요철 부분이 생겼다면: 세워서 오래 보관한 경우이므로 질이 떨어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5. 코르크 끝을 냄새 맡아 볼 때: 그 냄새로 일반인이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좋은 와인은 대부분 향기롭습니다.
6. 코르크 길이가 다른 이유: 보통 와인의 가격과 길이가 비례합니다. 선물 받은 와인의 코르크가 보통 마시던 와인보다 길다면 좋은 와인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7. 플라스틱 마개(플라스틱 캡): 오히려 천연 코르크는 곰팡이 때문에 버섯향이 나는데 그런 단점을 해결하면서 저가로 만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품질과는 무관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저는 아직은 코르크가 더 좋긴 합니다.
8. 금속제 마개 와인은 빨리 상할까: 보통 이런 와인은 가격을 낮춘 캐주얼 와인으로 오래 보관하지 않는 와인입니다. 화이트 와인 들 중에 많은데 오래 보관할 일이 별로 없죠. 코르크를 써도 구매하면 바로 따서 몇 일 내에 드시는 와인입니다. 물론 냉장 보관할 경우 몇 주일 내에 상하지는 않습니다.
코르크에 대한 상식을 무장하시고 플라스틱마개 와인과 코르크 와인 그리고 금속제 마개 와인의 특징과 맛도 한 번 같이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