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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 수도사가 마신 별, 모엣샹동의 돔페리뇽

서양 중세 역사 공부 시간이 된 것 같기도 하지만 역사와 와인을 이어서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십자군전쟁 이 후부터 커피가 유럽으로 퍼지게 되었고요. 그 이후 봉건 귀족들과 교황의 권력이 추락하게 되었죠. 십자군 전쟁은 숱한 실패의 전쟁이었으니까요예루살렘을 되찾아 오자고 시작한 전쟁은 8차례나 일어났고 성공한 전쟁은 처음 단 한 차례뿐이었습니다. 게다가 5차 십자군 전쟁은 소년 들로만 이루어진 군대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루살렘에 가보지도 못하고 일부는 풍랑으로 군대를 잃고 나머지 소년들은 노예로 이집트에 팔려갔다고 합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일어난 모든 일들은 그 끝이 참담합니다. 십자군 전쟁 또한 인간의 욕심이 배제된 오로지 종교적 신념으로만 발생한 전쟁이라고만 하기에는 당시 기득권층들의 욕망이 너무 많이 가세 되었죠. 결국 이러한 일들로 교황은 프랑스 아비뇽으로 축출당하게 됩니다. 역사와 와인의 아이러니가 이 곳에서도 벌어집니다.

 

프랑스 아비뇽은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로도 많이 알려졌기도 하는데요. 지금의 론 지방입니다. 이 곳에 교황이 오면서 교황은 와인을 재배하게 됩니다. 와인 애호가였다고 알려져있습니다만 얼마나 마음이 힘들고 지쳤겠습니까?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며 시름을 잊고자 한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교황의 와인으로 유명한 "샤또뇌프뒤빠프(Chateauneuf-du-Pape)"라는 와인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Pape가 교황이라는 의미이죠? ‘쉬라라는 품종으로 주로 만드는 와인인데 정말 정열적인 와인입니다. 로버트파커라는 와인 평론가가 있는데 이 분의 평점을 좋게 받은 론 지방 와인이 많습니다. 95점 이상을 받은 와인들 중에 수 백만원하는 와인이 수두룩합니다. 저는 보르도나 부르고뉴 와인만 그렇게 비싼 줄 알았습니다. 2000년 대 이후엔 특히 이 지역은 무게 감이 있는 값비싼 와인들의 산지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 쉬라라는 품종은 바다를 건너 호주에서 호주의 대표적인 와인 품종이 됩니다.

 


한편 샴페인의 탄생도 중세시대였는데요. 샹파뉴 지방의 오트빌이라는 지역에 있는 수도원에서 삐에르 페리뇽이라는 수도사가 있었습니다. 이 분은 맹인 양조 담당 수도사였습니다. 이 분이 우연히 와인이 병에서 터져 나오는 것을 보고 코르크 마개와 지금의 샴페인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지역은 프랑스의 다른 와인 생산 지역과는 달리 겨울이 일찍 와서 다음 해 날이 다시 따뜻해지면 2차 발효가 일어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렇게 코르크 마개를 뚫고 발효 기포가 솟나 봅니다. 맹인 수도사께서는 동료 수도사에게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다오!"라고 했다지요. 지금의 그 유명한 '돔 페리뇽'이란 발포성 와인이 이 분의 이름을 본 따서 지어진 거죠. 그 앞을 못 보는 수도사께서 본적도 없는 별을 마시고 있다고 묘사한 그 이야기도 묘한 느낌을 주죠? 입 안에 돔 페리뇽을 머금고 눈을 감고 그 별을 마시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정말이지 이러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한 '모엣샹동'사는 대단합니다. 뵈브클리코, 즉 미망인 클리코 여사에 의해서 샴페인이 지금과도 같은 명품 이미지가 되었다고도 하는데요. 코코샤넬이 떠오릅니다. 이 분도 미망인 이었죠? 여성분들의 대단한 능력은 남녀평등에 대해서 외치기 전에부터 발휘되고 있었던 것 같네요.


샹파뉴 지역이라 이런 와인을 샴페인이라 불렀고 상표에 대한 특허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발포성 와인만 샴페인이라고 부릅니다. 이태리는 스푸만테, 스페인은 카바, 독일에서는 젝트 그리고 미국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부릅니다. 프랑스 샴페인은 고가의 와인이 많지만 마실 만한 좋은 발포성 와인들이 신대륙이나 독일이나 이태리에도 많습니다. 우아한 값비싼 샴페인말고도 맛있는 발포성 와인은 많답니다. 프랑스는 마케팅을 정말 잘하는 국가입니다. 의류뿐만 아니고 와인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샴페인이 지금의 샴페인이 되기까지 스토리를 만들고 그 이미지를 입힌 다양한 방법들은 예술입니다. 우리가 배워야할 것들이 많은 나라입니다. 사실 와인은 그냥 마시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 와인의 멋과 이미지를 마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멋과 이미지도 알려드리고자 쉬운 와인 저렴한 와인을 소개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이지만 간단한 상식, 매너 그리고 역사에 대해서 처음에 달고 있는 겁니다. 각 와인 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포스팅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마를린몬로는 그 돔페리뇽샴페인 350병으로 목욕까지 했다면서요? (참조: 세계사개념사전, 두산백과, 보그 '돔페르뇽의 진정한 멋과 맛')


오늘은 가볍게 맛있게 마시는 스파클링 와인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돔페르뇽도 생각보다 비싸지는 않습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는 10만원대에 구매 가능한 걸로 압니다만 레스토랑에서는 왜 그렇게 비싼지 모르겠네요. 가끔은 샴페인 영역에 돔페리뇽보다 비싼 와인이 많다는 사실에 후덜덜합니다. 사실 10만원 후반대(일반 샵에서는 20만원대)도 비싼 것은 사실이라 미국산 스파클링 와인으로 1~2만원 대에서 구매 가능한  "도멘 생 미쉘 브뤼"를 소개합니다. 약간 단 기포가 있는 와인입니다. 보통 BRUT라는 단어가 붙어 있으면 전혀 달지 않고 드라이한 와인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이 와인은  달긴 합니다. 그래서 저렴한가 생각했었습니다. 그래도 엄청나게 달진 않습니다. 와인 입문 과정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가격대비 품질도 이만하면 아주 좋죠. 약간 달달한 음식과 먹으면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생선이나 스시와 먹으면 맛 있는데요. 여름 생선에 생길 수 있는 독을 와인이 막아 준다고 합니다.  걸 싫어하시는 분들께서 댁에서 가볍게 마리아쥬를 원하신다면 방울 토마토와 치즈를 크래커 류에 같이 올려 드시면 와우 소리가 나오실 겁니다. 딸기가 들어 간 생크림 빵과도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